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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반도체

얼마 전에 자동차를 샀는데 열쇠가 하나만 따라왔다. 지금 세계적으로 반도체가 부족해서 그렇다면서 나머지 하나는 몇 달 후에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반도체 부족에 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반도체는 모든 전자 기기에 사용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부터 각종 가전제품, 탈것, 컴퓨터와 군사용 무기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도체는 구리선처럼 전기가 잘 흐르는 물체를 말하고 부도체는 사기나 고무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를 말하는데, 반도체란 그 이름이 의미하듯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쯤 되는 일을 한다.     반도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진공관과 트랜지스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진공관이란 유리로 만든 튜브 속 공기를 빼고 전기 단자를 연결한 관을 말한다. 원래 에디슨이 전구의 성능을 향상하는 실험을 하다 발견했는데 자기가 찾던 것이 아니어서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나중에 미국 전역에 깔린 장거리 전화선의 증폭기로 사용되었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은 미 전역에 구리선을 설치했는데 문제는 전기가 먼 거리를 갈 때 그 세기가 약해지는 것이었다. 원래 진공관은 멀리 가면서 약해진 전류를 증폭시키기 위해 발명되었는데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정류 기능도 있고 전기를 흐르게도 하고 차단하기도 하는 스위치 기능도 있다. 진공관은 스위치 기능 때문에 컴퓨터에 응용되어 최초의 컴퓨터였던 에니악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진공관은 열이 많이 나고 전력 소비가 심했으며 유리로 만들어서 이동이 불편했다. 그런 진공관의 약점을 보완하는 트랜지스터는 1947년 미국의 벨 전화회사 부설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트랜지스터는 전력 소모가 적고 생산이 쉬웠으며 작고 가벼워서 전기 기구에 쓰이기 안성맞춤이어서 순식간에 전화회사는 물론이고 TV, 라디오, 축음기에 들어가던 진공관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트랜스(바꾸다)와 레지스터(저항)의 합성어인 트랜지스터는 글자 그대로 저항을 바꿈으로 전류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며 트랜지스터는 하는 일에 비해 상당히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반도체가 트랜지스터의 소재다.   반도체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전도체도 되고 부도체도 되는 물체를 말하는데 모든 전기 기기에 사용되는 핵심이다. 반도체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를 수없이 많이 모아놓은 것을 집적회로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국인 과학자가 등장한다. 벨 전화회사 연구소의 강대원 박사인데 집적회로 발달에 획기적인 공을 세우신 분이다. 나중에 실리콘을 반도체에 사용하면서 집적회로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성능은 일취월장 향상되었다. 실리콘이란 원자 번호가 14번인 규소인데 지구 껍질의 약 25%나 되는 풍부한 물질이라고 한다.   규소의 영어 이름이 Silicon이고 그 규소를 이용하여 합성한 결과물이 성형 보조물이나 접착제 같은 Silicone이다. 단어가 거의 같고 발음도 같아서 혼동하기 쉽다. 지금 Silicon은 반도체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으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반도체인 실리콘을 소재로 만든 집적회로가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라고 불리는 시스템반도체이고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분야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반도체 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산업 반도체 부족

2024-07-12

[마켓 나우] ‘세계 반도체 연구 연합’의 꿈

반도체라는 부품 산업은 미국 벨연구소에서 시작했다. 연구 목표는 1940년대 통신 시설이 소모하는 막대한 전력의 획기적인 축소였다. 지금도 반도체 산업의 총 매출은 5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통신 산업과 자동차 제조업의 6분의 1 정도다. 고용 인력도 200만 명으로 전자 산업의 8분의 1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반도체에 주목하는 이유는 ‘산업의 쌀’ 그 이상의 의미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력의 차이가 곧 IT산업, 국방력 등의 차이로 연결되기에 기술 강국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혈안이다. 지금은 한국·대만·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 일본, 중국 등도 반도체 산업에서 꼭대기를 차지하려고 다툼이 치열하다.   치열한 기술경쟁과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에는 없는 특징이 돋보인다. 첫째,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소자의 집적도가 2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했다. IBM·인텔 같은 기술 선도 주자가 로드맵을 따라가려고 무리해 투자하다가 1등 기업 자리를 내주다 보니 ‘1등의 저주’란 말도 나왔다.   둘째, 여러 경쟁사가 자금과 인력을 모아서 공동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의 세마텍(SEMATECH)과 벨기에의 아이멕(IMEC)이 있다. 제조기술 중심이던 세마텍은 참여기업이 줄어들면서 2016년 폐업했다. 아이멕이 유일하게 생존한 국제반도체 공동연구기관이다. 아이멕이 살아남은 것은 세마텍과 달리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수탁을 받아 연구하는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반도체 기술은 공통의 로드맵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했다. 최근 각국이 앞다투어 반도체산업 ‘내재화’(생산의 전 과정을 자국 기업이 수행)에 나서면서 협력이 약화하고, 기술 발전이 현저하게 늦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예상되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반도체 기술의 효율성을 1000배 이상 개선하는 신기술 개발에 각국과 각 기업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향후 전기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소모할 IT기술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없다. 글로벌 에너지 절감, 친환경기술의 구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 간 이해에 기반을 둔 협력 모델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전 지구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려면 새로운 국가 간 협력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칩4 동맹’같이 근시안적 이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20년 후, 40년 후의 미래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세계반도체연구연합’을 결성해야 한다는 화두를 풀자. 이병훈 /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마켓 나우 반도체 세계 반도체 기술력 세계 반도체 반도체 산업

2023-10-04

[마켓 나우] 반도체 전쟁에서 희생양만 될 것인가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 일사불란했던 미국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와 인텔·퀄컴 등 주요 기업들은 제재 확대에 우려를 표명하고, 대응방안을 미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퀄컴·NVDIA같은 기업은 중국시장에서 매출 감소 가능성을 걱정한다. 인텔은 타워세미컨덕터(TS) 인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 건이 걸려있다. 미국으로서는 마이크론 제재, 갈륨(Ga)·게르마늄(Ge) 같은 반도체 원소재수출제한 같은 중국의 반격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제 미국이 기업이익과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어떻게 조율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 뉴스를 보면 미정부는 규제 강화를 선택한 듯하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전략은 크리스 밀러가 쓴 『칩워(Chip War)』에서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반도체 분야 전·현직 CEO 등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잘 요약해, 반도체의 역사를 쉽게 설명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밀러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의 장점인 핵심 공정장비·첨단설계툴 등을 활용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각종 대중 수출제한조치로 현실화했다. 그 결과 글로벌 분업체계가 무너지고 냉전시대의 블록 경제체제가 부활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장비도입제한, 대중국 장비 수출감소 등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다. 첨단장비의 중국 현지공장 반입 제한의 경우, 전용 장비의 목적 외 사용 금지나 원격 제어를 통한 감시체계 확립 같은 대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민간기업에만 협상을 맡겨 두다 보니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반도체 산업의 내재화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디커플링은 피할 수 없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우리나라 소부장기업·소자기업이 당하기만 하는 상황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 극단적 예로 우리나라에 불리한 교역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들에 ‘최첨단 HBM 고속메모리와 같은 대체재가 없는 전략제품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상대 국가는 원소재나 장비수출 규제보다 더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인류 공통의 자산이 되어야 할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은 테러행위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25% 가량의 지분이 있다. 다른 나라의 금수 조치 등에 휘말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산업 정책을 기대해본다. 이병훈 /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마켓 나우 반도체 희생양 반도체 제재전략 반도체 산업 반도체 생태계

2023-08-24

[디지털 세상 읽기] 반도체 산업의 숨통

미국과 중국 사이에 반도체 칩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한국에서는 ‘칩4 동맹’으로 대표된다. 미국의 주도로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일본의 협업 체제를 강화하려는 이 동맹은 잘 알려진대로 중국과의 거래를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을 난감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정착 미국에서는 ‘칩4’에 관한 뉴스를 듣기 힘들다. 미국이 끌어들이려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인 칩4 동맹은 사실 반도체 확보를 위한 미국의 거대한 전략에서 일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반도체 전략의 다른 부분은 뭘까? 우선 미 의회와 백악관은 최근 500억 달러가 넘는 업계 보조금을 포함해 약 2700억 달러의 대대적인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 언론에 가장 크게 부각되는 내용은 바로 이 투자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자국 산업을 키우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로 반도체 칩을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툴(도구)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이미 중국에 이런 툴을 판매한 미국 기업이 이를 유지 보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는 것뿐 아니라, 현재 중국이 가진 반도체 생산 능력까지 축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이런 툴을 만드는 기업들로서는 큰 시장을 잃게 되었지만 양국이 사실상 반도체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항의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기업들 역시 반도체 칩의 부족으로 이미 생산이 제한된 상황이라는 것이야말로 반도체 전쟁의 아이러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반도체 산업 반도체 산업 반도체 전쟁 반도체 전략

2022-08-30

VA·MD 반도체 공장 도입 추진

    마크 워너 연방상원의원(민주,VA)이 버지니아에 대형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 연 소득 9만 달러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워너 의원은 연방 상하원의회에서  반도체와 과학 산업에 28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반도체 및 과학 법안(CHIPS and Science Act)’, 이른바 ‘칩스 법안’을 입안하고 주도한 인물이다.   IT 기업 창업자 겸 CEO 출신으로 버지니아 주지사를 거쳤던 워너 의원은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 생산 반도체의 40% 이상을 미국에서 만들었으나 현재는 12%에 불과하다”면서 “미래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직접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 반도체 공장이 하나 있긴 하지만, 칩스 법안을 통해 10-12개의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새로 짓게 되는데, 반드시 이중 한 곳은 버지니아에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버지니아의 여러 주립대학의 학부과정에 반도체 관련 전공을 크게 늘리고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칩스 법안을 함께 했던 벤 카딘 연방상원의원(민주 MD)도 메릴랜드에 반도체 공장이나 반도체 관련 시설 유치를 공언했다.   칩스 법안은 법안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미국이 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과 연구 개발 등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법안에는 미국의 이런 반도체 산업 지원이 중국은 물론 북한과 같은 적국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분명히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법안을 통해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회사는 계약을 위반할 수 있는 주요 거래에 대한 계획을 상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반도체 공장 반도체 공장 반도체 시설 반도체 산업

2022-08-24

[디지털 세상 읽기] 반도체 산업의 숨통

미국과 중국 사이에 반도체 칩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한국에서는 ‘칩4 동맹’으로 대표된다. 미국의 주도로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일본의 협업 체제를 강화하려는 이 동맹은 잘 알려진대로 중국과의 거래를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을 난감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정착 미국에서는 ‘칩4’에 관한 뉴스를 듣기 힘들다. 칩4 동맹은 사실 반도체 확보를 위한 미국의 거대한 전략에서 일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 의회와 백악관은 최근 한국 돈으로 68조원이 넘는 업계 보조금을 포함해 약 366조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자국 산업을 키우는 반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로 반도체 칩을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툴(도구)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이미 중국에 이런 툴을 판매한 미국 기업이 이를 유지 보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방침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고, 현재 중국이 가진 반도체 생산 능력까지 축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이런 툴을 만드는 기업들로서는 큰 시장을 잃게 되었지만 양국이 사실상 반도체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항의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기업들 역시 반도체 칩의 부족으로 이미 생산이 제한된 상황이라는 것이야말로 반도체 전쟁의 아이러니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반도체 산업 반도체 산업 반도체 전쟁 반도체 생산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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